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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영화 '시계태엽오렌지'.... 베토벤 '교향곡 9번 '

by salarygoodbye 2024.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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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계태엽오렌지에서 알렉스가 밀크티를 마시는 장면
영화 '시계태엽오렌지에서 알렉스가 밀크티를 마시는 장면

1970년대 초의 서구는 2차 대전이 끝나며 태어난 베이비 부머 세대가 학업을 거부하며 베트남전 반전운동을 하고, 

냉전시대의 사회적 긴장 속에서 자신의 욕구를 분출하는데 집중했다. 또한 '평화'라는 슬로건 아래 약물과 섹스를 통해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운 히피 생활을 꿈꾸며 권위 있는 기성세대의 위선에 반발하던 대항문화 (counter culture)가 범람하던 시대였다
과도한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들로 인해 해외에서도 몇 십년간 논란이 일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수입조차 되지 못했던 1990년대에도 영화 전공자들끼리 비디오 테이프로 돌려보거나 씨네필들이 모여 토론을 하던 언더그라운드 씨네마테크 

등지에서 볼 사람은 다 보았다. 심지어 1990년대 중반에 EBS '시네마천국' 이라는 지상파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 알렉스가 "Singing In The Rain"를 부르며 부부를 폭행하는 장면을 방영하며 예술 영화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폭력과 자유의 상징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은 단순한 배경음악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이 곡은 주인공 알렉스 드라지의 내면을 상징하는 동시에 영화의 주제를 극적으로 부각시킨다. 영화 속에서 알렉스는 베토벤의 음악, 특히 교향곡 9번을 경외하며, 이는 그가 품고 있는 폭력적 욕망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상징한다. 그러나 루드비코 요법을 통해 그가 가장 사랑하던 음악이 혐오감의 원천으로 변질되면서, 영화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그 한계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알렉스가 감옥에서 루드비코 요법을 받은 후, 그의 폭력적 성향과 음악에 대한 사랑은 억압된다. 그러나 요법에서 회복되었을 때,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은 그에게 다시 한 번 자유와 쾌락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다가온다. 장관이 알렉스의 회복을 축하하는 선물로 이 곡을 선사하는 장면에서 큐브릭은 알렉스가 다시금 폭력과 쾌락의 길로 돌아가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때 9번 교향곡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알렉스의 폭력적 본성과 사회적 권위에 대한 반발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Singing in the Rain』: 폭력과 일상의 경계

영화에서 알렉스는 한 작가의 집에 침입해 그를 구타한 후, **『Singing in the Rain』**을 부르며 그의 아내를 성폭행한다. 이 장면에서 큐브릭은 극단적인 폭력과 일상의 평범함을 대조시키며, 폭력이 얼마나 쉽게 일상 속에 침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Singing in the Rain』은 원래 밝고 낙천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노래지만, 알렉스의 폭력 행위와 결합되면서 그 의미가 완전히 왜곡된다.

큐브릭은 이 장면을 통해 알렉스의 인물상을 극명히 드러낸다. 알렉스는 그저 폭력적일 뿐만 아니라, 폭력을 예술적인 표현으로 승화시키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잔인한 행위를 하면서도 이를 즐기고, 마치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듯 폭력을 일상적인 행위로 변환시킨다. 이로써 감독은 폭력과 예술, 그리고 일상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에게 인간 내면의 어두운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큐브릭의 의도: 사회와 개인의 충돌

『시계태엽 오렌지』는 단순히 폭력과 비윤리적 행위를 묘사하는 영화가 아니다. 큐브릭은 이 영화를 통해 사회적 규범과 개인의 자유 의지가 충돌하는 지점을 탐구하고자 했다. 알렉스는 자신의 욕망과 쾌락을 추구하는 인물로, 그가 행하는 폭력은 그의 자유 의지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루드비코 요법을 통해 그의 자유는 억압되고, 그는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에 맞춰지게 된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에서 알렉스가 다시 폭력적 본성을 되찾으며 "나는 완전히 치료되었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큐브릭의 냉소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알렉스가 다시금 자유를 얻는다는 것은 그의 폭력적인 본성도 함께 되살아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려 할 때, 그 억압이 오히려 더욱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암시한다.

큐브릭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과 **『Singing in the Rain』**을 사용해 영화의 주제를 더욱 명확히 드러내고, 관객에게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알렉스가 폭력과 쾌락을 꿈꾸며 미소 짓는 모습은 사회와 개인의 복잡한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며, 큐브릭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