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단, 그 이름이 주는 울림
어렸을 적, 부모님께 들었던 한 마디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거리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졌대. 백골단이라는 이름이 또 나오더라." 당시엔 그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고 역사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이름이 단순한 단어 이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백골단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논쟁적이고 폭력적인 집단 중 하나로, 두 차례에 걸쳐 그 이름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백골단의 역사적 배경과 오늘날 재등장이 불러온 논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승만 정권의 백골단: 정치적 억압의 도구
백골단의 첫 번째 모습은 1950년대 이승만 정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자유당은 정치적 반대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폭력 집단을 조직했습니다. 그들은 단순한 깡패가 아니었습니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움직였고, 정권 유지의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들은 공포 정치를 강화하며,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리는 것을 방해했습니다. 이승만 정권 몰락 이후 백골단은 사라졌지만, 이 조직이 남긴 상처는 역사 속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1980-90년대의 백골단: 폭력적인 시위 진압 부대
두 번째 백골단은 1985년, 서울시장이 모집한 사복경찰 진압 부대로 나타났습니다. 무술 유단자와 특전사 출신들로 구성된 이들은 흰 헬멧과 청색 자켓을 착용하고 시위 현장을 누볐습니다. 진압 방식은 그야말로 폭압적이었습니다. 단봉과 작은 방패로 무장한 채, 시위대 속으로 뛰어들어 대오를 흐트러뜨리고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1991년 명지대 강경대 학생의 죽음은 이들의 폭력성을 세상에 드러낸 사건으로 기억됩니다.
학생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억압했던 백골단의 활동은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결국 1996년 연세대학교 사건 이후, 백골단은 조직 규모가 축소되고 일반 전투경찰과 동일한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해체되면서 공식적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보였습니다.
2025년 재등장: 과거의 망령인가?
그러나 2025년, 백골단이라는 이름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로 구성된 '반공청년단'이라는 단체가 "백골단"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활동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이들은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시도에 반대하며 관저 인근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흰 헬멧과 단체 채팅방을 통한 조직적인 움직임은 과거 백골단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특히, 1월 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내자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정치 깡패 집단의 부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결국 예정된 시위는 취소되었고,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개인적 소회: 과거와 현재의 연결 고리
백골단이라는 이름이 다시 등장했을 때, 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과거의 폭력적 이미지를 상기시키는 조직이 과연 존재해야 할까? 어린 시절 들었던 백골단의 이름은 공포 그 자체였고, 역사를 배우면서 그들이 남긴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이름이 다시 등장하면서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백골단은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그 이름은 폭력과 억압, 그리고 권력의 도구로 사용된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름을 다시 사용하려는 시도가 과연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역사를 잊지 않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백골단 논란의 의미
백골단의 재등장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정치적 갈등과 분열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를 다시 들춰내며,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폭력과 공포의 역사가 아닌, 대화와 화합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이 아닐까요?
역사는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복이 비극이 아니라 교훈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백골단이라는 이름이 다시는 공포의 상징으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