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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비극적 아름다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by salarygoodbye 2024.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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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동양 문화와 사상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이 시기에 동양을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과 예술 작품들이 연이어 발표되었으며, 이는 유럽인들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관심 속에서 1900년 런던에서는 미국 작가 존 루터 롱(John Luther Long)의 소설 《나비부인》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 상영되었습니다. 이를 관람한 푸치니는 이 작품이 성공할 것임을 직감하고 오페라로 각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동양과 서양의 비극 오페라 '나비부인'

사랑과 비극의 시작

 나가사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일본식 집에서 시작됩니다. 미국 해군 장교 핑커튼은 아버지가 할복 자살하고 집안이 몰락해 게이샤가 된 열다섯 살의 '초초'상('나비'라는 뜻의 게이샤 예명. '버터플라이'는 서양인 고객을 위한 이름)과 일본식 전통 혼례를 치릅니다. 핑커튼에게는 장난에 불과한 결혼이었지만, 핑커튼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버터플라이는 이 결혼에 모든 것을 걸고 기독교로 개종까지 합니다.

나가사키 주재 미국 영사 샤플레스는 버터플라이의 진심을 느끼고 걱정하며 핑커튼에게 신중하라고 충고하지만, 핑커튼은 이를 가볍게 넘깁니다. “온 세상을 누비는 우리 양키는 온갖 위험도 아랑곳 않고 이윤과 쾌락을 쟁취하죠. 어디든지 맘 내키는 대로 닻을 내리고...”라는 핑커튼의 대사는 그의 무책임한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핑커튼은 미국으로 돌아가면 당연히 미국 여성과 새로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혼례식 중, 버터플라이의 숙부가 나타나 개종을 꾸짖으며 난동을 부리자 친척들은 모두 식장을 떠나버립니다. 괴로워하는 버터플라이를 달래며 핑커튼은 첫날밤을 맞이하는 사랑의 이중창을 부릅니다. 이 장면은 오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적 부분이자,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내면이 뚜렷이 엇갈리는 장면으로 뒤에 올 비극을 암시합니다.

 기다림과 절망

미국으로 떠난 지 3년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는 핑커튼을 버터플라이는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하녀 스즈키가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남편이 돌아왔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단념을 권하지만, 버터플라이는 남편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담아 아리아 '어떤 갠 날'을 부릅니다. 그러나 핑커튼은 미국에서 이미 케이트라는 미국 여성과 결혼해 살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샤플레스 영사는 핑커튼의 편지를 들고 버터플라이를 찾아오지만, 차마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한편, 일본인 뚜쟁이 고로는 부자인 야마도리를 버터플라이의 집에 데려오지만, 버터플라이는 기혼 여성에게 청혼하는 무례를 꾸짖으며 그의 구애를 거절합니다. 그리고 핑커튼의 아들을 영사에게 보여주며 꼭 그에게 이 사실을 알려달라고 부탁합니다.

영사가 돌아간 후 예포 소리가 들리고 핑커튼이 탄 군함이 항구에 닻을 내립니다. 버터플라이는 감격에 겨워 온 집안을 꽃으로 꾸미고 밤새 남편을 기다립니다. 스즈키와 아이는 지쳐 잠들고, 버터플라이 혼자 꼿꼿이 앉아 있는 가운데 유명한 '허밍 코러스'가 들려옵니다.

 

 

오페라-나비부인
초초상의비참한최후

 

 

 비극의 절정

새벽이 밝아온 뒤 버터플라이는 잠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합니다. 그 사이 핑커튼과 케이트, 영사가 나타나 스즈키에게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합니다. 핑커튼은 온 집안에 가득한 꽃들을 보고 괴로워 숨어버리고, 케이트는 버터플라이 앞에 나타나 아들을 친자식처럼 잘 키우겠다고 약속합니다. 버터플라이는 30분 후에 핑커튼이 직접 아이를 데리러 오라고 말하고, 사람들이 떠난 후 아이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한 뒤 병풍 뒤로 가서 '명예롭게 살 수 없다면 명예롭게 죽으리라'라고 쓰여 있는 아버지의 칼로 자결합니다. 핑커튼이 돌아와 '버터플라이'를 외치며 부르는 가운데 막이 내립니다.

 동양과 서양의 비극적 교차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단순한 러브 스토리를 넘어, 문화적 충돌과 오해, 그리고 그로 인한 비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서양인이 동양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예술적으로 잘 표현한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버터플라이의 순수한 사랑과 헌신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 오페라는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현실을 일깨워 주며, 문화적 이해와 존중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추천명반

오스트리아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두 종, 라스칼라극장 오케스트라와 그리스계 미국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스웨덴의 테너 니콜라이 게다 등과 함께 한 1955년 녹음,

빈필하모니관현악단과 이탈리아의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 이탈리아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과 함께 한 1974년 녹음은 레코드사에 길이 남을 명연이다.

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전문 지휘자 툴리오 세라핀(Tullio Serafin)이 아카데미아 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Accademia di Santa Cecilia Orchestra), 이탈리아의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Renata Tebaldi), 이탈리아의 테너 카를로 베르곤치 등과 함께 한 1958년 녹음도 불멸의 명연으로 꼽힌다.